| 최종편집: 2019년08월23일11시44분( Fri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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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10)] 성소수자부모모임

( 전북교육신문  편집부 기자   2019년 03월 18일 10시44분   )


(사진=정은애)

예년보다 일찍 매화가 봄눈을 틔워 지리산 화엄사에는 홍매보다 더 붉은 흑매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스님 말씀으로는 작년보다 열흘은 일찍 피었다고 한다.
매화와 함께 곳곳에 산수유도 갓 태어난 아기처럼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웃음을 짓고 피어있어 봄바람에 마음 설레는 남녘여행을 다녀왔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중에도 바람이 세차지 않고 촉촉한 봄비가 반가웠고 많은 음식점 중에도 깔끔한 간판이 맘에 들어 들어간 식당.
간판보다 더 깔끔한 음식,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주인들의 친절이 참 고맙고도 편안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바쁜 일들이 겹쳐서 올해는 봄 꽃, 봄 날씨를 눈에 담을 겨를이 없었으나 모임에서 꼭 가기로 약속했기에 즐기기보다는 실려가다시피 따라간 여행이었지만 바쁜 중에 다른 일을 좀 미루고라도 와보기를 잘했다 싶어 어느 시인의 시선집 제목과 비슷하게 봄으로 납치한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올해도 성소수자 부모들은 봄부터 바쁘게 생겼다.
5월에 전주 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6월에 서울에서도 축제가 예정되어있으니 말이다.
부모들 세대 말로 농번기라고 하듯이 봄부터 가을까지 퀴번기라고 하는데 몇 년 전까지는 서울, 대구에서만 하던 걸 재작년에 부산, 제주에 이어 작년에는 전주, 광주, 인천까지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고 올해도 추가될 것 같아 즐거운 비명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퀴어문화축제 개최장소가 늘어난다.
그날 하루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만이라도 당사자들이 성소수자인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행사가 퀴어 문화축제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있지 왜 굳이 날잡아 드러내느냐고 묻는데 그런 사람에게 반문하고 싶다.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면 왜 안되느냐고.
만약 당신이 외국에 살고 있는데 그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당신은 이방인이니 이곳에서 얼굴 드러내지 말고 숨어 살라”고 한다면 그 요구가 정당하냐고.
당신은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죄지은 사람처럼 숨죽여 사는 것이 마땅하냐고 말이다.
세상을 남녀로만 나누어 생각하고 이성애만 정상인 듯 생각하는 편협한 분위기를 용인하는 것이 문제이다.분명히 아주 오래전부터 이성애만이 아닌 사랑의 형태는 소수이지만 있어 왔고 젠더 측면에서도 시스젠더 남녀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왔는데,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현상처럼 취급하며 혐오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걸 보면 마치 모당 국회의원의 5.18망언처럼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본인들만 그렇다고 믿는 듯 쌩뚱맞고 민망하다.



말이 났으니 하자면 그런 망언들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은 본심과 상관없이 그 망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세를 규합하여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그런 말을 입밖에 낸다고 추측하는데 그렇다면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그 말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괴물이 문제가 아니라 괴물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문제인 것이다.
이전에는 사는 동네에 성소수자가 있어도 그냥 좀 다르구나 하고 무심하게 지나갔다.
요즘은 그와 다르게 특히 종교단체에서 노골적으로 적대감과 혐오감을 드러내는데 조직적으로 그러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정작 그런 종교단체야말로 평소 원수도 사랑하라고 부르짖는 마당에 성소수자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떼로 몰려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혐오표현을 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지 모르겠다.
성소수자가 그들의 개인적 법익을 해쳤나, 사회적 법익을 해쳤나, 국가적 법익을 해쳤나 말이다.

오히려 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대형 확성기로 시끄럽게 하고 퍼레이드에 난입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벌거벗은 몸, 차량 바퀴 밑에 몸을 끼우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그들에게 왜 불법행위를 하느냐고, 그런 권리는 누가 주었냐고 묻자 그들이 말하기를 신법(神法 )이 사람법 위에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금단의 사과를 먹고 자의식을 찾은 아담과 이브의 부끄러움은 나뭇잎으로 가렸다고 하는데 그들이 종교를 핑계 삼다가 상식과 합리라는 자의식을 갖고 난 후 깨닫는 부끄러움은 무엇으로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1970년대 독재정권은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이 활발해질 때마다 유학생들, 재일동포들을 붙잡아 고문을 가해 간첩으로 조작했다고 한다. 일본사회의 차별을 피해 한국으로 갔던 재일동포들은 졸지에 사형수가 되었지만 정작 한국의 민주화세력조차 간첩사건이라는 명칭 때문에 자신들도 다칠까봐 이들을 외면했는데 고립된 이들을 구한 사람들이 일본 지식인과 시민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국 양심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이 운동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눈총 받고 고초를 당하기도 했지만 한국 양심수를 도운 건 일본의 반성과 변화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한국사회는 이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실에 대해 서운하지 않을까 싶지만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기에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을 뿐이다. -중략- 일본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민중들이 굴하지 않고 민주화 등을 이룬 데 대해 감동 받았다.“
“저는 이 운동에 감사한다. 덕분에 타락한 목사가 안됐다”라고 한다. (이상 2019. 3. 16자 한겨레신문 인용)

깨어있는 시민과 양심 있는 지식인과 종교단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본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
누구의 찬양이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반성과 변화를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믿음이 귀하고 성스럽다.

종교나 편견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마음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우리사회도 의식의 꽃눈이 돋아나는 진짜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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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우리 동네 별다방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9)] 성소수자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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