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년08월14일17시52분
IMG-LOGO

[신간]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김혜정 지음, 바이북스, 2019. 11


  (  김소정   2019년 11월 18일   )

IMG
마음이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출간되었다. 저자 김혜정은 고된 삶 속에서 자신을 잃고 누군가의 딸, 장녀,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이 책은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배제된 채 살아가던 저자가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당당히 삶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과정을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작가의 투박하고 손질되지 않은 글이 오히려 반갑다.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 넣은 글이기에 막힘없이 한 장 한 장을 쉽게 넘기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 걸어왔던 삶, 보통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삶의 지점에서 같은 고민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낯설지 않다. 내가 쓴 글이 아님에도 김혜정이란 사람의 글에는 내 삶과 내 고민이 투영된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 쓴 일기장 같은 느낌이다.

‘장녀’라는 이름의 무게는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 무언의 족쇄가 되어 희생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 희생은 익숙함이 되어 인내하고, 거절 못하는 것이 당연한 삶이 되어버렸다. 거기에서 오는 공허함은 밥을 배불리 먹어도 허하고 누군가를 만나도 외롭기만 하다. 그랬던 저자가 싫은 걸 싫다고, 못하는 걸 못하겠노라고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반갑다.

마라톤과 성악, 글쓰기. 삶의 여유를 갖지 못한 시점에서 쉽지 않은 취미이겠지만 그 취미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고 또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도 응원해주고 싶다. 그녀가 그녀에게 던지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가 나에게도 힘과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보였던 과거를 지나 삶의 소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저자는 이 모든 연습을 통해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전쟁 같은 치열한 삶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그 안에 던져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서 진정 자신을 위하는 법을 깨닫는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행동하는 것이 행복에 가까이 가는 길이다. 행동은 좋은 습관이다.’(‘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중).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어느 날,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어느 날 나는 김혜정의 책을 꺼내들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고민과 해답에 귀 기울이며 운동화 끈을 다시 꽉 조여 맬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손에 쥔 책 한 권의 책. 그 마지막 장을 닫으며 짧지 않은 인생길을 묵묵히 걸어왔던 나에게 위로와 칭찬을 건네 본다. 그리고 지난날 내가 삶의 힘듦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냈던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해본다.

(김소정=객원기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